연금술사 – 파올로 코엘료 도서 리뷰 및 후기

연금술사 파올로 코엘료 도서 리뷰 및 후기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모험이야기는 목적지를 향해가는 것이지만 내게 있어서 그것은 내 마음 속을 깊숙이 비추어 보는 것이기도 하다. 길을 걸으며 여행의 견문이 넓혀진다면 마음의 길을 찾으며 그 내면이 구체화된다. 멀리 떠날수록 가까워지는, 그래서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 나 자신과의 사이가 한결 더 친밀해지는 어찌 보면 역효과의 원리가 여행을 통해 성립되는 것이다.

<연금술사>가 딱 그런 경우다. 산티아고의 기나긴 여정을 바라보며 나는 그 거리와 비례하여 나 자신의 마음속 즉, 자아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보석을 찾기 위해 떠난 모험의 결과물로 더 값진 ‘자아의 신화’를 일궈낸 그를 지켜보는 내가, 마치 그가 된 것인 양 마음이 풍족하게 여며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가 결국엔 자기 내면의 길을 밟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내면의 길이 보다 더 확장된 것일 테고, 그의 여정이 빛을 발했던 것이다. 천신만고를 무릅쓰고 헤쳐나간 그 여로는 가히 위대했으며 그 귀로는 더더욱 찬란했다.

이 책은 ‘자아’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과 그것을 가까이 끌어당기는 힘, 그리고 이것들을 통한 ‘성찰’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양치기로 일해오던 주인공은 어느 날 연속된 꿈을 꾸게 되고 그 꿈을 찾아가는 여로가 바로 자아를 찾아 떠나는 통로이다. 물질의 성질을 변화시켜 무엇이든 금으로 재탄생시키는 연금술과 굳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그것을 해동시키는 ‘자아의 신화’는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연금술사>의 원리는 자아의 또 다른 실험인 것이다. 자아의 신화를 연금술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 정말 마법과도 같다. 그 마법의 척도는 엄청난 위력의 독자들의 깨달음으로 구현되는 것이고.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주인공의 여행과 내 마음속을 번갈아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연금술사>가 실로 대단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결국에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그 책의 진가가 평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항상 내 자신을 둘러보게 되고 마음에 귀 기울이게 되고 무엇을 쫓아가야하는가 궁리를 하기도 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연금술사>는 그 정점에 자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 자신이 무언가를 소망할 때 온 우주가 그 소망의 달성을 위하여 도와준다고 한다. 간절히 소망하면 우주는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고 끝내 그 소망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연금술사>가 말하고 있는 또 하나의 진리이다. 사방에 깔려있는 돌덩이를 반짝이는 금으로 변화시키듯이 우리는 한낱 꿈을 간절한 소망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언제 금으로 변하는 지 또렷이 지켜보면서 그것을 빤히 응시하고 그것이 발하는 소망의 광채를 눈 곳곳에 서리게 하여 마음 한 편에 흡수를 해야 한다. 우리가 한낱 꿈을 간절한 소망으로 바꾸길 원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현실’로 진화시키고 싶어 한다면, 그 소망의 실현을 위하여 만물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만물이란 결국에 나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도로 위를 활보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 길을 굽어보는 것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 현실에서의 도피를 위하여 여행을 떠난다고들 하지만 결국엔 나 자신의 막힌 길을 뚫어보기 위하여 여행을 떠나는 것일 테고, 그 여행의 결과물로 지친 다리를 이끌고 돌아오지만 보이지 않는 내면은 더욱 탄탄하여 돌아오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의 여행이 단지 도로 위에서의 도보가 아니라 ‘자아의 신화’와 ‘소망의 실현’이라는 우림과 툼밈을 가지고 떠나는 내면의 여행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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