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도서 리뷰 및 후기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도서 리뷰 및 후기

앎의 연속이었다. 중국이 아닌 동쪽 나라 조선만이 가지고 있는, 거울에 비친 듯 명료한 의학서적 동의보감. 그저 의학서적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뒤엎고자 했던 것일까. 읽는 내내 동의보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뒷받침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동의보감에 대한 세세한 내용이 담겨있던 뒷부분과는 달리 나는 앞부분에서 큰 흥미를 느꼈다. ‘허준’이라는 인물의 실체를 알 수 있는 부분을 비롯하여 의학과 글쓰기가 만남으로서 수많은 철학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 등이 매우 흥미롭게 읽혀졌던 이유 중의 하나이다.

 동의보감이 지금껏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이유는 ‘허준’이라는 인물이 박학한 지식을 지님으로써, 사람의 병을 전체 몸의 조화의 문제로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대중을 위해 학문에 힘썼다는 것, 그리고 자연철학과 모든 만물의 철학을 두루 담았다는 점에서 동의보감은 완성도가 매우 높은 서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동의보감에서는 인간 허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는 이 서적을 통해 수많은 사람의 몸에 온화하고 따뜻한 빛이 퍼지게 하였다. 마치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마속의 허준처럼.

 딱딱한 분야의 의학지식이 글쓰기를 마나 매뉴얼이 되어 환자들에 읽혀지고, 이는 현대까지의 점진적인 의학발전을 가져왔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의학이 글쓰기를 만나 진정한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또한 고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글쓰기의 위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 읽은바가 있는 제임스왓슨의 ‘이중나선’에서도 과학과 글쓰기의 만남이라 하여 글쓰기의 효력을 접한바가 있는데, 동의보감에서도 유사한 기시감을 맛볼 수 있었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은 의사이기 이전에 학자였다는 점, 그것도 글을 쓰는 학자였다는 점에서 그는 다른 의사들과 차별성을 지니고 현재 더욱 특별한 존재가 되어있다. 마치 시골의사임에도 훌륭한 글 솜씨로 수많은 도서작품을 통해 대중들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박경철’씨와 비슷하지 않은가?

 동의보감이 쓰여 지던 당시의 시대는 구술의 시대였다. 요즘엔 오히려 눈앞의 정보만을 암기하고 서술된 내용을 읽기만 하는 무독창성시대가 아닌가 싶다. 이 도서의 저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하지 않나. 독창성과 해학을 통해 의학서적을 대중화하고 더불어 몸을 앎으로서 우주만물의 이치를 깨닫게 하듯 이 동의보감에는 요즘시대에는 없는, 아니 요즘시대의 사람들에게 큰 귀감이 되는 교훈들이 가득하다. 처방전에도 드라마를 보듯 울림이 있고 진정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점만 보더라도, 요즘시대와는 정말 많이 다르지 않은가?

 희로애락을 중시하던 당시 사람들의 애환을 느끼고, 또한 옛 선인들이 자연의 이치를 통해 건강에 대한 앎을 정의하는 내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진정한 건강의 열쇠는 이 사람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또한 의술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이자 노래이며 명의란 거기에 생동감을 넣는 연출가라는 동의보감의 한 부분의 내용처럼, 지금보다 의학기술이 앞서지 않은 옛 시절에 오히려 의사들은 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병의 근원을 정의했다는 점. 매우 흥미롭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나는 이렇게 생각해보았다. 요즘 마음의 병이라 일컬어지는 우울증도, 자기 자신의 마음을 먼저 다스리는 자기의지의 확대를 통해 극복하면 되지 않을까. 마음의 병을 마음으로 치료하는 것 말이다.

 사실 이 도서를 읽으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매우 많았다. 이 점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 도서를 읽으면서 조상의 지혜를 다시금 느끼고 자연철학을 통한 순응, 섭리, 그리고 건강에 대한 선조들의 깊은 해석을 나름 흥미롭게 받아들였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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