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을 처음 들었을 당시, 나는 소위 말하는 팝 음악 대한 우월주의에 꽉 차있는 한 사람이었다. 가요를 듣는사람들을 보면 “넌 가요 듣지? 난 팝을 듣는다” 하며 알아듣지 못하는 팝 음악을 들으며 한껏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과시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삶의 행복을 위해서 라는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도 팝 음악을 못듣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건 대한민국 신체건강한 남성이라면 모두다 간다는 군 복무 시절이다.
군 복무 당시 음악이 미치도록 듣고 싶었다. 그러나 흔히 말해 짬(계급)이 안되었을 때는 선임들이 아침, 저녁으로 TV를 틀어가며 보는 아이돌 음악뿐이 들을 수 가 없었다. 간혹 가다 아이돌이 아닌 다른음악이라도 나올 차면 매몰차게 채널을 돌리곤 하였다. (그때부터 인지 모른다. 내가 아이돌 음악을 그리 즐겨듣지 않게 된것은.. ) 시간이 지나 상병 쯤 되었을까 싸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의 준말로 PC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할 때 난 인디음악을 듣게 되었다. 그 날도 어떤 음악을 들을까 고민하고 있었지만..나의 팝음악 사랑을 군 입대전만큼 열정적이지 못했다. 아마 1년정도 못 드는것에 익숙해져서 면역이 생겨버린거 같다.(그 병은..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 당시에 유행하던 싸이월드를 들어가 배경음악에 걸어놓은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당시에 유행하는 유행가를 대문에 걸어놓으며 홈페이지를 꾸미곤 했다. 몇 개의 홈페이지의 음악을 들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팝 음악은 아니지만 아니 이 정도의 세련된 구성이면 당연히 팝음악 일꺼라고 생각하는 나의 뇌구조가 이해못할 만큼 멋진 한국 음악을 듣게 되었다. 분명 내가 듣고 있는 말은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말 이었기 때문에 신기했다. 그것이 내가 미스티 블루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된 경유였다. 내가 미스티 블루의 음악을 들었던 홈페이지는 어떤 분의 홈페이지였을까..? 나는 알지못한다. 다만 내가 미스티블루라는 가수를 처음으로 알게되었고 듣게 되었을 때, 느꼈던 어린아이 웃음같이 맑고 순수한 느낌은 시간이 지난 지금 까지도 선명하다. 그 이후 한 동안 미스티 블루의 음악을 질리도록 들었던 떄가 기억난다.(특히, 앨범 커버를 보고 또 한번 놀랐던 기억이 있다. 참으로 독특하고 예쁘고 소장하고 싶은..표지. 이 표지에 대한 언급은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다. ‘정사각형의 사이즈가 아닌 DVD 사이즈에 매끈한 무광 코팅이 입혀진 여리버리한 소녀의 얼굴은 당시 메이저 음악 위주의 라디오국에서는 참으로 생소한 이미지이긴 했던 모양이다’ – 045쪽
이 책은 나에게 순수한 어린아이같은 감성을 가지게 해준 미스티 블루가 소속해 있던 레이블 파스텔 뮤직의 이야기이다. 비단 미스티 블루만이 아닌 요즘 홍대에 잘 나간다는 뮤지션(타루, 에피톤 프로젝트, 캐스커, 타루등등) 열거할 수 없을만큼 많은 뮤지션이 속해있는 회사의 이야기이다. 10년간 운영해오면서 일어났던 소소하지만 잊을 수 없는 일상을 담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일상을 알고 싶어하는 나와같은 음악팬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알고 있던 뮤지션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되면 좀더 음악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알지 못했던 뮤지션이라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만난듯이 만나면 항상 같이 다닌것처럼 이야기하듯 친근하게 들을 수 있다.
P.S 이 책을 사면 부록으로 CD가 들어있다. 비매품이다. 나중에 좋아하고 후회하지 말고 당장 구입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