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배운 여러 가지 교육과정 중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다. 언제나 코앞에 닥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준비에 바빴고 급하게 외운 만큼이나 급하게 잊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수능시험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고등학교 3년간의 전 과정을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울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지만 그보단 이제는 자유라는 생각에 인생을 좀 더 즐기고자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돌아보면 우리들은 태어나는 순간 이전에 우리라는 존재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경쟁에 시달리는 것 같다. 가장 어려운 탄생의 과정에서 승리하여 한 사람의 인간으로 태어난 이후에도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럼 적어도 우리가 그 짐을 조금 덜어줄 수는 없는 것일까? 적어도 내 아이만큼은 행복하게 키우고 싶었다. 아직 미혼인 관계로 몇 해가 더 지나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만날 수 있겠지만 생각만큼은 이미 부모가 된 듯 성숙하게 하고 싶다.
갑자기 윤리시간에 배운 “역지사지”라는 말이 기억났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 그렇다. [자녀 교육을 위한 고전강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아이라면 아이답게 키워야한다.”였다고 생각한다. 너도 나도 다 경험해본 것이겠지만 우리가 가장 무서워했던 이야기들은 바로 엄마 친구의 딸 혹은 아들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 역시 무심코 부모님이 내뱉으신 그 비교의 말에 상처를 입고 꽤나 오랜 시간 힘들어했던 것 같다. 자신의 분신이기에 아이에게 거는 기대가 크고 언제나 우리 아이가 최고이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정말이지 이해가 간다. 그것 역시 하나의 사랑이기에. 하지만 요즘 보면 그 사랑이 잘못된 쪽으로 왜곡되어 아이들에게 너무나 큰 짐을 지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란 참으로 순수하고 약해 작은 충격에도 깨져버릴 수 있는 유리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대의 많은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그 유리에 조금씩 금이 가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 이다. “아이를 그 아이 자체로 순수하게 사랑하라.”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 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꼭 그렇게 해야 한다.
뉴스를 보면 매번 젊은이들의 자살과 어려운 경제이야기, 먼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테러 그리고 여러 사건사고들이 가득하다. 그 중에 어린 학생들의 자살이야기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그 아이들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어른이라는 이유로 미안해지고 우리나라의 입시문제와 과도한 사교육을 탓할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순간이다.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등을 떠밀기 전에 부모가 먼저 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언제나 든든한 조력자로써 곁에 있어 주어야하며 지나친 간섭은 삼가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를 다른 기준이나 조건이 아닌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어야 한다. [자녀 교육을 위한 고전강의]에는 옛 문헌의 여러 좋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부디 이런 좋은 지침서들을 많이 읽고 뛰어난 아이가 되어주기를 바라기 전에 자신이 좋은 부모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