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 알렉상드르 뒤마 도서 리뷰 및 후기

삼총사 – 알렉상드르 뒤마 도서 리뷰 및 후기

숫자 3은 예전부터 길수(吉數)로 여겨지던 숫자다. 서양에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론을 기독교 교리로 삼고 있고,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에서도 환웅이 천부인(天符印)세개와 무리 삼천을 거느리고 세상을 폈다고 나와 있다. 또 동양에서는 천지인(天地人)을 우주의 근본으로 믿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고대에 수인, 복희, 신농 황제를 3황(三皇)으로 받든다고 하니, 3이 분명 특별한 의미의 숫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몽테스키외의 3권 분립과 3색기의 내용, 자유, 평등, 박애에서 볼 수 있듯이(억지스럽지만 이해하시길) 프랑스에서도 3이라는 숫자가 의미 있는 숫자 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알렉산더 뒤마도 총사들의 모험담을 그린 자신의 소설 제목을 “삼총사“라고 지었다.

분명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 달타냥 네명의 총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함에도 제목은 어정쩡하게 3총사다. 물론 달타냥이 예비총사에서 뒤늦게 총사가 되긴 했지만, 그의 활약상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달타냥의 모험”이 어울리는 제목이지, “삼총사”는 아닌듯한데, 뒤마는 “삼총사”라 이름을 붙였다.

삼총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고, 수십 번의 영화화와, 에니메이션등의 작업을 통해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좋아하는 모험활극이다. 가스코뉴의 시골청년 달타냥이 입신양명의 청운의 꿈을 품고, 파리로 상경하게 되고, 그 와중에 “삼총사”와 엮이면서, 리슐리에 추기경에 맞서 왕비를 위기에서 구하는 이야기이다. 책은 용기, 신의와 우정, 절대왕권이 성립되기 직전 시기의 왕권에 대한 충성 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자칫 이러한 영웅담은 동화처럼 인물들의 성격이 단편적으로 그려져서 캐릭터의 특성이 없이 착하고 용감한 주인공, 악한 악당이라는 이분법적인, 개연성이 없는 모습이 되어버리기 쉽다.

우리가 봐온 영화와 에니메이션등이 대표적인 그런 예다. 그런데 내가 읽은 삼총사의 등장인물들은 정말 인간적이고, 가끔은 파렴치스럽고, 궁상맞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총사들이었다.

우선 아토스부터 살펴보자. 귀족출신의 용맹한 총사들의 리더, 하지만 그는 아내의 비밀을 알고, 아내를 죽인 후에 고향마을을 떠난 비정한 사내다. 항상 돈에 쪼들리며 전쟁에 나갈 장구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추잡한 짓거리를 공모하고 다닌다. 아라미스, 아름다운 신학생출신의 총사이지만, 그도 종교적인 신성함과는 거리가 먼 난봉꾼에 몸종의 월급은 밀려있고, 여기저기 외상술값을 긋고 다니는 너무나 인간적인 인물이다. 자신이 만나는 여성마다 종교상의 형제애로 만나는 듯 자신을 포장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포르토스, 영화와 에니메이션에서 본 모습은 우직하고, 힘센 믿음직한 인물이지만, 실재로는 소송대리인의 아내와 정을 통하고 있으면서 나이 많은 그녀의 사랑을 이용해 돈을 뜯어낸다. 때때로 그녀의 남편이 죽으면 그 미망인에게 남겨질 유산을 계산하는 등의 생각도 하면서 총사친구들에겐 귀족부인을 애인으로 두고 있다고 뻔뻔스런 거짓말을 한다. 또한 허영심이 많아서 옷의 보이는 부분은 화려한 금장식을 하고, 않보이는 안쪽은 누덕누덕 기우고 다니는 인물이다.

달타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왕비의 몸종이면서 자신이 세들어 살고 있는 주인집의 여자다. 총사들의 조언을 받아 자신의 몸종에게 구타는 예사로 행사하고, 똑똑하지만 가스코뉴 출신다운 음험한 모습도 종종 보여준다.

사실 이들은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여자에게 돈 뜯어낼 구실을 연구하는 파렴치한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생활고로 돈 걱정을 하고, 계획적으로 여자와 정을 통한 뒤 복수했다고 통쾌해하고, 친구의 좋은 말과 옷을 부러워하고, 술 없인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고, 여자 문제에 골치를 썩는 그들의 모습은 항상 결투에서 이기고, 항상 신사다운 태도로 여성을 대하는 것처럼 묘사되있는 영화 속의 그들보다 더 인간적이다. 영화 속에선 절대왕권이 확립되지 못한 시기의 왕권에 대립하는 평면적인 악당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리슐리에도 소설에선 왕비에 대한 자신의 호의와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삐뚤어진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래드클리프같은 인간이다. 싸우면서 정든다고 리슐리에의 심복 로슈포프도 결국에는 달타냥과 우정의 관계를 맺게 된다.

작가 뒤마는 생전에 뒤마 주식회사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많은 역사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그가 몬테크리스토 백작같은 훌륭한 작품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소설은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정말 재미있다. 총사들의 모험담은 어른들도 들뜨게 한다. 그들의 활약은 영원한 남자들의 로망이다. 책 표지에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신의와 우정, 충성을 엿보고 그것을 배우라는 투의 억지스런 얘기는 필요 없다. 보고 즐기면 된다. 오늘같이 무더운 찌뿌둥한 휴일오후를 즐겁게 책임질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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