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영화 줄거리 결말 포함, 개인적인 리뷰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영화 줄거리 결말 포함, 개인적인 리뷰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영화속 한장면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줄거리

영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原題: 彼らが本気で編むときは、When They Knit Seriously)는 2017년 일본에서 개봉한 휴먼 드라마로, 트렌스젠더라는 예민한 소재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결코 그것만을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다소 무거운 사회적 메시지가 강할 거라고만 생각했지만, 막상 보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동시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편견과 고정관념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진심’으로 서로를 엮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영화의 중심은 열 살 소녀 토모와 그녀의 삼촌 마키오, 그리고 마키오의 연인이자 트렌스젠더 여성인 린코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토모는 알코올 의존증과 무책임한 엄마 밑에서 방치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또다시 집을 나가버리자, 토모는 삼촌 마키오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린코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린코의 존재에 낯설어하던 토모였지만, 점차 그녀의 따뜻함과 정성에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린코는 토모를 위해 매일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고, 실로 인형을 만들어주며, 마치 진짜 엄마처럼 그녀를 보살핍니다. ‘진심으로 엮는다’는 제목 그대로, 린코는 손으로 실을 엮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엮어나갑니다. 영화는 그런 린코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모성애란 혈연이나 성별이 아니라, 책임감과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린코는 사회 속에서 늘 편견의 시선을 받아왔고, 그런 시선은 토모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토모의 친구들은 린코를 ‘남자’라며 놀리고, 토모 또한 학교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습니다. 린코와 마키오, 그리고 토모는 점점 가까워지지만, 그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이는 현실이 계속해서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이 세 사람은 서로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며, 삶의 상처를 함께 이겨나가려 노력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가 아닌, 외로웠던 세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통해 구원받고 성장하는지를 담담히 그려냅니다. 결말에서는 토모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모습이 그려지고, 린코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꿋꿋하게 살아갑니다. 따뜻하면서도 씁쓸한, 그러나 진정성 있는 마무리였습니다.

등장인물과 연기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놀란 건 등장인물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였습니다. 특히 린코 역을 맡은 ‘이쿠타 토마’의 연기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쿠타 토마는 평소엔 아이돌 이미지로 알려져 있었기에 트렌스젠더 여성이라는 역할이 처음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는 린코 그 자체로 다가왔습니다. 린코는 겉보기에는 온화하고 다정하지만, 내면에는 차별과 편견으로 인한 상처가 켜켜이 쌓여있는 인물입니다. 이쿠타 토마는 이 복잡한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도시락을 싸며 정성껏 음식을 담아내는 장면이나, 토모에게 실뜨기를 가르치며 웃는 장면에서는 린코의 부드럽고 단단한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삼촌 마키오 역을 맡은 카네코 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린코와의 연애를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늘 고민하면서도, 그녀를 향한 사랑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키오는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행동으로 린코를 지지하고, 토모를 돌보며 ‘어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의 연기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었고, 영화를 보는 내내 묵직한 안정감을 전달해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인물은 바로 어린 소녀 토모였습니다. 그녀는 방임 속에서 자라나 무심함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린코와 마키오를 만나면서 점차 따뜻함과 사랑을 배워갑니다. 아역 배우로서는 감정 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끌어내며 관객에게 큰 공감을 자아냅니다. 특히 린코에게 “왜 엄마는 나를 안 기다려줬을까?”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배우들 간의 케미와 각자의 깊은 감정선이 맞물려서 영화는 훨씬 더 생생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왔습니다.

삶의 균열을 메우는 사랑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상’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린코는 여자로 살아가고 싶지만, 여전히 사회는 그녀를 ‘남자’로 보고 있습니다. 토모는 어른들의 무책임 속에서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누구도 그녀의 상황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영화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온 기준에 질문을 던지며, 그 사이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조명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며 단지 ‘성소수자에 대한 영화’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타인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해 본 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서로의 삶에 진심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은 단순한 동정이 아닌, 연대와 공감의 형태로 표현됩니다. 특히 린코가 자신의 트렌스젠더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토모에게 당당하게 다가가는 모습은 ‘숨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줍니다. 영화는 마냥 아름답거나 이상적인 관계만을 그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도 주고, 갈등도 있지만, 끝내 서로를 진심으로 엮어내며 다시 일어섭니다.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는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연출로, 무거운 주제를 결코 무겁게만 표현하지 않습니다. 마치 손뜨개질을 하듯, 작은 실 한 가닥으로 서서히 감정을 엮어 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의 큰 힘은 바로 이런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감정을 유도하거나 교훈을 들이대지 않으면서도, 진한 감동을 주는 드문 영화입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이면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고, 우리 사회가 소외한 존재들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이야기입니다.

총평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제목처럼, 진심으로 한 사람의 삶을 함께 엮는 일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편견과 차별, 그리고 상처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작지만 깊고 단단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동안 여러 번 울컥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묵직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들어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트렌스젠더라는 사회적 소수자를 통해 이야기하지만, 결국 본질은 ‘사랑’과 ‘가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 피가 이어졌다고 해서, 함께 살고 있다고 해서 가족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서로를 진심으로 돌보고 지지하며 살아가는 관계야말로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요. 린코, 마키오, 토모가 만들어낸 그 조용한 공동체는,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과 가까웠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편견 없이 타인을 대할 수 있는가? 많은 질문과 함께, 한편으로는 따뜻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영화입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이 작품은 분명 오래도록 제 기억 속에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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